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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야구의 힘
자율은 양날의 검과 같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기에 줏대가 없거나 동기부여를 찾지 못하면 나태해지기 딱 좋다. 반대로 스스로 잘하면 채찍질과 잔소리로 이끄는 것보다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단국대학교 야구부는 자율적인 문화가 긍정적으로 정착한 팀이 아닐까 싶다. 40여 년의 역사로 비교적 길지 않은 연혁에도 수많은 프로 선수를 배출해낸 힘, 노력이 기반이 된 ‘자율야구’로 올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단국대 ‘곰 군단’이다.
에디터 김일우 사진 김유진 감독 제공,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KT 위즈, 한화 이글스
#40여년 역사의 신흥강자
1981년에 창단한 단국대 야구부는 여러 슈퍼스타를 키워냈다. 여타 명문 학교들과 비교하면 역사가 길지 않지만, 전임 김경호 감독과 김유진 코치(현 단국대 감독)가 20년 가까이 지도하며 ‘자율야구’라는 본인들만의 스타일이 완전히 정착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와 함께 값진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매년 꾸준히 좋은 선수를 양성해 역대 100명 이상이나 프로에 진출시키는 기염을 토했고, 최근에는 대회 성적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7년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우승 시 염색허용’이라는 파격 제안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끌어내 상무 피닉스 야구단 등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또한 2020년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건국대학교를 상대로 창단 40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 배경엔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 속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똘똘 뭉치게 한 자율야구의 힘이 있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며 대학야구 신흥강자 반열에 우뚝 서고 있는 이들은 올해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졸업 후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모교로 돌아와 코치로 20년을 지낸 ‘순혈 단국인’ 김유진 감독이 올해부터 팀을 이끌게 된 것이다.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리더십으로 유명하며, 전임 감독과 유사하게 기술보다는 멘탈을 우선하는 지도 철학을 지닌 김 감독. 단국대가 그와 함께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프로 배출의 산실
단국대 야구부는 꾸준히 트로피에 근접해온 팀은 아니지만, 매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계속해서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두산 베어스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명장 김태형 감독, 1994년 LG 트윈스 ‘신바람 야구’의 주역 서용빈 KT 위즈 2군 감독, 트윈스의 영구결번 이병규 현 LG 코치 등이 단국대 졸업 후 KBO리그에서 굵직한 족적을 쌓았다. 그들의 뒤를 이어 모교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현역 선수들을 소개하려 한다.
1. 오승환
출생 1982.07.15 신체조건 178cm/93kg 학번 01학번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5월 16일 기준)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2.76 |
1.35 |
15 |
2 |
0 |
1 |
9 |
16.1 |
2 |
17 |
지난 2시즌 성적
시즌 |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2021 |
2.03 |
1.16 |
64 |
0 |
2 |
0 |
44 |
62 |
18 |
57 |
2020 |
2.64 |
1.24 |
45 |
3 |
2 |
2 |
18 |
47.2 |
17 |
39 |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은 단국대가 자랑하는 최고의 스타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도 탑급 불펜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살아있는 레전드기도 하다.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도 그의 차지로, 그가 세이브를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역사가 써지고 있다. 하지만 ‘끝판 대장’도 탄탄대로만 달려오진 않았으니, 단국대 1학년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고 3학년 때까지 재활에 매달려야 했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이 빛을 발해 현재는 모교를 넘어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됐다.
2. 허도환
출생 1984.07.31 신체조건 176cm/87kg 학번 03학번 소속팀 LG 트윈스 포지션 포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5월 16일 기준)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14 |
.267 |
15 |
4 |
0 |
0 |
1 |
.267 |
.400 |
.667 |
지난 3시즌 성적
시즌 |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2021 |
62 |
.276 |
105 |
29 |
2 |
21 |
8 |
.339 |
.390 |
.730 |
2020 |
52 |
.264 |
53 |
14 |
0 |
5 |
2 |
.361 |
.283 |
.644 |
2019 |
56 |
.127 |
79 |
10 |
1 |
6 |
3 |
.202 |
.203 |
.405 |
허도환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두산 베어스에 지명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이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KT 위즈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이번 시즌 LG 트윈스에 FA(자유계약선수)로 입단했다. 여러 팀을 전전하며 마냥 순탄한 커리어는 아니었으나, 선수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며 빛을 본 케이스다. 주전 포수의 뒤를 받치는 베테랑 안방마님으로서 2018년 SK와 2021년 KT의 우승에 일조해 두 개의 우승 반지를 획득했다. 한 시즌도 버티기 쉽지 않은 프로무대라지만, 꾸준히 자신을 찾아주는 곳에서 뛰며 여전히 선수로서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3. 송민섭
출생 1991.08.02 신체조건 177cm/80kg 학번 10학번 소속팀 KT 위즈 포지션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5월 16일 기준)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33 |
.174 |
23 |
4 |
0 |
1 |
4 |
.208 |
.217 |
.425 |
지난 3시즌 성적
시즌 |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2021 |
79 |
.229 |
48 |
11 |
0 |
7 |
39 |
.383 |
.229 |
.612 |
2020 |
114 |
.195 |
41 |
8 |
1 |
5 |
21 |
.292 |
.341 |
.633 |
2019 |
105 |
.302 |
53 |
16 |
0 |
4 |
24 |
.397 |
.340 |
.737 |
단국대 시절 저학년 때부터 리드오프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부상 여파로 4학년 때 부진하며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KT의 창단과 함께 이뤄진 신고선수 테스트에 합격해 마법사 군단의 1호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이후 2군에서 담금질을 거쳐 1군 무대에 안착했다. 빠른 발과 외야 전 포지션에서의 안정적인 수비가 강점으로, 주로 경기 후반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으로 중용 받으며 팀의 슈퍼 백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시즌에는 KT의 사상 첫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4. 강재민
출생 1997.04.03 신체조건 180cm/86kg 학번 16학번 소속팀 한화 이글스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5월 16일 기준)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3.38 |
1.13 |
6 |
0 |
0 |
0 |
0 |
5.1 |
6 |
6 |
지난 2시즌 성적
시즌 |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2021 |
2.13 |
1.22 |
58 |
2 |
1 |
13 |
5 |
63.1 |
31 |
55 |
2020 |
2.57 |
1.20 |
50 |
1 |
2 |
14 |
1 |
49 |
19 |
57 |
고등학생 시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으나, 김경호 전임감독의 삼고초려 끝에 단국대에 입학했다. 1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대학 생활 동안 팀 주축 투수로 활약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에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성했다. 데뷔 시즌부터 팀 내 불펜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2위를 달성했고, 14홀드로 한화 역대 신인 최다 홀드 기록까지 세웠다. 사이드암 투수치고는 빠른 140Km 초반대의 직구를 구사하며 매우 공격적으로 피칭하는 유형이다. 아직 어린 만큼 앞으로의 활약을 더 기대할 만하다.
#김유진 감독과 일문일답
올해 초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우선 너무 기쁘다. 2002년에 처음 코치 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에 나를 뽑아주신 강문길 감독님과 그 후 20년 동안 같이 근무한 전임 김경호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선배이자 감독으로서 학교발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타 학교와 달리 염색을 허용하는 등 자율적인 분위기로 유명하다. 단국대의 훈련 방식이 궁금하다.
예전에 있던 단국대 운동장이 없어진 뒤 외부에서 훈련을 많이 했다. 대관 여건 때문에 오전에는 운동하고 오후에는 쉬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훈련 방식이 선수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외국 스타일처럼 변했다.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님이나 최훈재 선배님(현 서울고등학교 코치)이 있을 때도 굉장히 자유로웠다. 전임 감독님도 염색이나 두발규정에 관해 제한을 크게 두지 않았고, 그런 부분들이 현재 우리 야구부의 스타일이 됐다. 선수들에게도 자유롭게 하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론 스카우트나 주위의 시선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알아서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래도 다른 학교에 비하면 좀 자유로운 편이다.
현재 KUSF 대학야구 U-리그가 진행 중인데 선수들에게 특별히 지시한 게 있다면 어떤 게 있나?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기보다는, 경기장에서 본인의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도록 멘탈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자주 얘기해준다. 연습할 때는 제 기량이 나오는데 실전에선 부담감 같은 여러 요건 때문에 본인의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 넣어주고, 못 해도 칭찬해주려고 한다.
본인의 야구철학 혹은 지도자로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야구 경기에선 팀원들이 서로 화합하고 단결하는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개개인의 당일 컨디션과 경기의 흐름,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환경적인 요소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한 팀이 돼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실력을 키우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본다.
2020년 이후 단국대의 성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이전에는 훈련할 때 무섭게 지도했는데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 거 같다. 최근엔 선수들과 대화를 가능한 많이 하려고 한다. 누군가를 기용하거나 교체할 때도 당사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또 선배들이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조언도 해주는 등 선수들끼리 잘 뭉치고, 코치들도 선수들과 활발히 소통하다 보니 서로 마음이 잘 통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김정민 코치, 김태호 코치가 개인 시간까지 내서 선수들을 지도해주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좋은 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번 시즌 주목할만한 선수가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예전엔 누구누구 언급을 했는데, 올 시즌은 4학년 전부를 주목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3년 동안 정말 고생을 많이 하다가 이제 최고학년으로서 기회를 받고 본인들의 실력을 보여줄 시기다. 굳이 몇 명을 꼽으라면 올해 주장을 맡은 이현과 유격수 유현인, 그리고 포수 이건희 등이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4학년 모두가 주목할 만한 선수라고 믿는다.
대학야구계의 제일 큰 이슈인 얼리 드래프트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굉장히 좋은 제도다. 1, 2학년이 바로 프로에 간다면 본인들의 기량이 엄청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는 셈일 거다. 하지만 아직 현실적으론 대학 무대에서 1, 2학년이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학교마다 배려차원에서 드래프트를 앞둔 고학년 위주로 라인업을 꾸리다 보니 저학년 학생들은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 실질적으론 당장에 저학년들이 얼리 드래프트의 혜택을 크게 받기는 어렵겠지만, 본질적으론 매우 바람직한 제도로 본다. 시간이 좀 지나 괜찮은 방향으로 정착될 거로 기대한다.
오랜 지도자 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인가?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다. 1학년 때 팔꿈치 부상을 당해서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로에 선 적이 있다. 그때 수술을 한 뒤 스스로 많이 노력해서 3학년 말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4학년 때 정점을 찍었다. 사실 프로에 가서도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본인이 노력해서 대한민국과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어떤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누구한테 기억되는 모습보다는, 스스로를 바라봤을 때 긍정적인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길 바란다. 학교와 선‧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고, 진실함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지도자로 회상하고 싶다. 오랜 코치 생활을 하면서 하지 못했던 것들과 감독이 돼서 하고 싶었던 걸 잘 묶어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한번 해보고 싶고, 남은 재임 동안 좋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학생 시절부터 코치 및 감독직까지, 20년 이상 단국대에 몸담은 선배로서 제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요즘에는 유튜브가 발달해서 야구 영상에도 많은 관심을 갖던데, 수단이 어찌 됐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좋은 자세라고 말할 수 없다. 모두가 선수로서의 마음가짐과 인성 등 기본적인 걸 잘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들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나 역시 감독으로서 열심히 서포트하겠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4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