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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 스카우팅 리포트 스카우팅리포트

류지호 (gulakk***)
2016.06.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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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파이브 4

[비즈볼 프로젝트 박기태] 도박은, 그렇게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그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KBO리그 최초의 이탈리아 출생 선수의 여정은 그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그렇게 ‘마에스트로’가 되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는 6월 20일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의 웨이버 공시를 발표했다.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영입이었다. 마에스트리의 기본급은 폐지된 30만 달러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에도 못 미치는 20만 달러였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었다지만, 수준급 선수였다면 처음부터 두둑한 돈을 쥐어줬을 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쓸만한 외국인 투수를 찾을 때까지 잠시 쓰려고 데려온 선수’라는 뒷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그렇게 낮은 기대치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에스트리가 1군에서 기록한 성적은 9경기(8선발) 2승 2패 28.2이닝 9.42 ERA. 볼넷은 34개, 피안타는 37개에 달했고 이닝 당 주자 허용률은 2.48에 달했다. 도저히 1군 붙박이 선수로 쓰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여기까지였다. 한화는 벼르고 있던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인공은 도미니카 공화국 태생의 우완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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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ground

 

1989년 2월 출생인 파비오 카스티요는 만 16세였던 2005년 7월, 텍사스 레인저스 스카우트의 눈에 포착되어 국제 FA 유망주 계약을 맺었다. 어린 나이에도 시속 97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던 그는 계약 직후인 2006년 시즌 루키 리그에 데뷔했고, 시즌 후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텍사스의 전체 19위 유망주로 선정됐다.


그러나 어린 나이와 강력한 스터프는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카스티요가 그 전형적인 예시였다. 다듬어지지 않는 투구 동작, 미숙한 채인 변화구, 거기에 더해 인간적으로도 성숙하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2006 시즌 뒤 19위였던 카스티요의 팀내 유망주 순위는 2010년 이후 23위로 떨어져 있었다.


성장이 정체되자, 텍사스는 카스티요의 진로를 변경했다. 당초 선발로 키워지던 그의 보직을 2008년 불펜 투수로 바꾼 것. 좀처럼 잡히지 않던 제구는 2009년 한결 나아졌고, 2010년 프로 데뷔 4년만에 더블A에 진출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불펜 투수로서도 카스티요의 발전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그는 샌프란시스코, 볼티모어, 신시내티 산하 마이너리그를 전전했고, 2015년에는 멕시칸 리그에서 1년을 보낸다. 최근까지도 카스티요는 더블A와 트리플A를 넘나들었는데, 마치 그 경계선에서 정체되어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구위가 크게 뒤쳐지진 않았지만, 제구력은 그 자리를 맴돌았다.


올해 카스티요는 무려 8년만에 풀타임 선발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어느덧 나이도 만 27세. 쉽지 않은 변신을 한 카스티요는 한 끗이 아쉬운 성적을 거둔다. 그는 더블A와 트리플A 도합 14경기에서 77.2이닝을 소화, 4.52 ERA를 기록했다.


그리고 6월 14일 4이닝 74구의 짤막한 선발 등판 경기를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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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비오 카스티요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출처: 베이스볼 아메리카)


 

Scouting Report


카스티요의 주무기는 시속 150km 후반대까지 구속이 올라간다고 알려진 패스트볼이다. 한때 최고 시속 100마일(160km/h)을 기록했던 패스트볼은 유망주 리포트에서 '플러스, 혹은 플러스-플러스 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의 빠르기와 움직임, 종합적인 위력만 따지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구속만은 KBO리그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빠른 공을 보조하는 구종은 시속 130~140km의 구속이 나오는 슬라이더다. 일반적인 슬라이더보다는 더 빠르고, 대신 더 '짧게' 휘는 특징이 있는 공이다. 어떻게 보면 커터에 더 가까운 이 공은 만 21세였던 2010년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시절 장착한 공이다.


더 어렸을 때는 시속 120km 중후반의 파워 커브를 던졌다. 그러나 불펜 투수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짧고 강하게 던지는 데 더 알맞은 슬라이더로 주무기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선발 투수의 마지막 열쇠와도 같은 체인지업 역시 던질 줄 알지만, 구사 빈도가 높지 않고, 완성도 역시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카스티요의 강점은 역시 강력한 구위에 있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탈삼진(K/9) 기록은 8.0개로, 2년 전 한화에서 뛴 라이언 타투스코, 3년 전 한화에서 뛴 데니 바티스타에 뒤지지 않는다. 볼끝의 움직임이 살아있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로 땅볼을 많이 유도하기도 한다.


폭발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가 약간의 조정을 거치면 어떤 괴물이 되는지, 우리는 이미 KBO리그에서 숱한 사례를 만나왔다. 전 LG 투수 라다메스 리즈, 현 LG 투수 헨리 소사가 대표적인 예시다. 제구 문제를 완전히 씻어내진 못했지만, 바티스타 역시 강속구를 내세워 나름 쏠쏠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카스티요도 확실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대신 단점도 명백하다. 기록에서 드러나듯이 카스티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구력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BB/9)은 4.2개에 달한다. 그나마 선발로 뛴 올해는 3.8개로 눈꼽만큼 줄어들었다. 카스티요는 어린 시절부터 투구 시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최근까지도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했다. 이는 구위를 살리기 위해 불펜 투수로 전향한 유망주들에게서 자주 드러나는 클리셰와 같다.


좌타자 상대 약점도 불안 요소다. 긴 시간 불펜 투수로 뛰면서 카스티요의 체인지업은 완성도가 정체된 상태였다. 이 탓에 좌타자 상대로 항상 애를 먹었다. 2011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약 4년 반 동안 우타자 상대 OPS는 0.665였지만, 좌타자 상대 OPS는 0.854였다.


카스티요는 주자 견제와 수비력 등 투구 외적인 면에서도 지적 받아왔다. 도루 기록이 남아 있는 가장 최근인 2014년의 기록을 살펴보면 58이닝동안 7번의 도루시도가 있었지만 한차례도 막아내지 못했다. (15년은 멕시칸리그에서 뛴 탓에 기록이 없다.) 올 시즌 가장 많은 도루(67회)를 내주고 있는 한화 포수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선발 투수로 뛴 경험이 적다는 점도 우려된다. 프로 통산 423경기를 뛰면서 선발 등판은 50경기가 전부다. 올해 13경기에 선발로 나서기 전에는 2013년 7회가 마지막이었다. 그 전은 2번 선발로 나선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선발 경험이 적다는 것은 리즈, 소사, 바티스타와 구분되는 점이다. 이는 곧 선수들의 '클래스'에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뜻이 된다. 구위적인 면에서 비교우위가 있다는 점에서 세 선수의 이름을 들긴 했지만, 카스티요는 세 명 정도의 수준과 경험을 갖추지는 못했다.


단순히 선수 비교를 떠나서도, 오랜만에 선발 보직으로 복귀한 선수이기에 투구 수 관리, 등판 간격 관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한화 이글스의 행보는 그런 단어들과는 거리가 100만 광년은 떨어져있다.

 

 

The Future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은 최소 하나 이상의 약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약점이 빅리그에서만 통용되는 수준일 때, 선수들은 약점 대신 장점을 내세워 한국에서 성공적인 작품으로 거듭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LG에서 뛴 리즈, 한화에서 뛴 바티스타였다.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호평을 받는 구위를 갖고 있었으나 불투명한 제구력 탓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같은 어중간한 코스의 빠른 공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커트되거나 안타가 됐지만, 한국에서는 헛스윙을 이끌어내거나 간신히 파울이 됐다. 환경의 변화는 곧 이들에게 지위의 변화로 이어졌다.


반면 리즈와 바티스타처럼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한화에서 뛴 라이언 타투스코가 대표적이다. 물론 타투스코에게는 카스티요만큼 빠른 공은 없었지만, 구속은 충분히 한국에서도 경쟁력을 갖출만했다. 그러나 빠른 공과 크게 휘는 변화구를 갖고도 그는 시종일관 제구 불안에 시달리며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과거 한화 외국인 투수 중 불안한 제구력에도 성공을 거둔 선수는 2명이 있다. 2013년까지 활약한 바티스타는 가공할 탈삼진 능력을 바탕으로 불씨를 잠재웠다. 또다른 이름은 2007년 선발로 뛴 세드릭 바워스다. 세드릭은 158.1이닝 동안 볼넷 104개를 내줄 정도로 제구가 불안했다. 그러나 삼진 140개를 잡아내고 피홈런을 7개로 억제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두 선수 모두 시속 150km가 넘는 구위와 아슬아슬한 컨트롤을 모두 갖춘 유형이었다. 카스티요에 대한 기대치는 일단 이 둘을 상한선으로 잡는 편이 좋아 보인다.


카스티요에게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그 무기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행보는 바티스타나 세드릭이 될 수도, 타투스코가 될 수도 있다. 한화로서는 로저스를 빼면 실로 오랜만에 만난 강속구 투수다. 과연 그의 강속구는 팬들의 답답한 가슴에 청량감을 찾아줄 수 있을까.


 

일러스트= 비즈볼 프로젝트 황규호

자료출처: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스탯코너, 마이너리그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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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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