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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KIA 타이거즈 김선빈 MEMORIES

dugout*** (dugout***)
2017.11.08 12:09
  • 조회 5182
  • 하이파이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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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의 페넌트레이스 결산서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김선빈은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 중 세 가지 소원을 말했었다. 우승, 2세, 3할과 뜬공 실책 없기. 얼핏 봐도 꽤 성공적이지 않나 싶다. 아직 한국시리즈가 남아있지만 정규 시즌을 1위로 마무리하며 유리한 고지에 서 있고, 조만간 아기 ‘꽃빈이’가 태어날 예정이니 말이다. 3할은 또 어떤가. 단순히 3할을 치는 것을 넘어 3할7푼으로 타격왕까지 거머쥐었다. 아쉽게도 뜬공 실책이 있긴 했지만, 이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평이다. 전역 후 첫 풀타임 시즌 성적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도 하다. 대체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묻고 싶다면, 지금부터 그와 함께 페넌트레이스 결산을 시작해보도록 하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한서윤  Location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오랜만에 <더그아웃 매거진>과 만났네요. 이렇게 표지를 장식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엄청 오랜만인 것 같아요. 올해 좋은 성적 내고 이렇게 인사드리게 돼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지를 장식하게 돼서 약간 부담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재밌게 촬영하고 인터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쉴 때도 시리즈를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하는 중이에요. 그래도 쉬는 동안 와이프랑 놀러 가고, 카페 가서 여유도 부려보고 한 것 같아요. 그동안 경기장과 집만 오고갔으니 주로 바람을 쐬러 나갔죠.

 

김선빈 (7).jpg

 

추석 연휴 땐 고향도 내려가셨나요?

네. 원래 고향은 광주인데, 할아버지 댁이 전주에 있어서 인사드리러 다녀왔어요. (가족들이 칭찬 많이 해주셨을 것 같은데요.) 아니요. 워낙 잔소리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 한 3시간 있다가 바로 온 것 같아요. (웃음) 아쉽다고 하시더라고요. 타율 더 높일 수 있었는데 못 높였다고요. 항상 잔소리를 하시는 분들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가족들이 채찍질을 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가요?) 사실 가족들보다 와이프가 더 하니까 그건 와이프 덕이죠. 하하.

 

막판까지도 1위 확정을 짓지 못 했던 터라 마지막 날 더 짜릿했을 것 같아요. 기분이 어땠나요?

짜릿하긴 했는데, 솔직히 부담감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 전에 1위를 확정 지을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 했으니까요.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을 한 게 선수들한테 부담도 되고, 더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라커룸 분위기는 어땠어요?) 원래 라커룸 분위기는 이기든 지든 항상 똑같아요. 그렇지만 우승한 날은 좀 더 특별했던 것 같네요. (이)범호 형, (김)주찬이 형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요. 둘이 포옹도 하더라고요? (웃음) 주찬이 형 같은 경우는 주장 첫해다 보니까 그 감동이 더 두 배였겠죠. 여러모로 처음 본 모습들이 많아서 우승한 기분이 났던 거 같습니다.

 

작년과 비교해서 확 달라진 팀 성적인데, 어떤 변화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사실 해설위원분들께서는 (안)치홍이랑 저랑 돌아와서 센터라인이 강해졌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보다는 모든 선수가 잘했던 게 올해 성적의 비결인 것 같아요. (최)형우 형이 팀에 와서 중심타선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도 했고, 다른 선수들 모두 두루두루 제 역할을 해줬으니까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현재 (10월 13일) 아직 준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인데요.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 중 한국 시리즈에서 만나면 더 까다로울 것 같은 팀은 어디일까요?

아무래도 두산인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저희를 위협했던 팀이기도 하고, 작년 우승팀이기도 하니까요. 선수 중에선 한방이 있는 (김)재환이 형을 조심해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까다로운 팀 그런 거 상관없이 무조건 우승할 생각으로 뛰어야죠.

 

그게 정답이네요. 김선빈 선수에게 한국시리즈는 처음이지만, 가을야구는 2011년과 2016년 두 번의 경험이 있잖아요. 경험해 본 바로 어떤 점이 시즌 때와 다르던가요?

정규 시즌 때는 실수해도 다음 경기를 잘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시리즈 같은 경우는 단 하나의 실수로 분위기 싸움에서 지게 되고, 그게 승부를 결정짓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가을 야구에선 오히려 타격보다 수비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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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김선빈 선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전라남도 화순에서 초,중,고 생활을 했던데 여기가 고향인가요?

아니요. 고향은 광주고 화순으로 전학을 간 거예요. (그렇담 모교 자랑 좀 해주시죠.) 자랑할 만한 게 없네요, 없어. (웃음) 굳이 자랑을 하자면 야구에서 말고 배드민턴에 있어요. 이용대 선수, 그 형이 화순 토박이거든요.

 

아, 그럼 화순은 야구보다 배드민턴인 거로. 그럼 고등학교 시절엔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선수였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화순고에서만 잘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전국으로 봤을 땐 그저 그런 선수였어요. 사실 고등학교 3년 내내 거의 투수만 했거든요. KIA에 투수로 지명받았는데, 조범현 감독님의 제안으로 야수로 전향하게 된 거죠. 신경 써주신 덕에 저에게 잘 맞는 보직을 찾게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 입단 초반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그 시기엔 어떤 마음으로 야구를 했나요?

프로 지명되고 나서 마무리 캠프를 갔는데, 그 땐 잘 보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요. 무조건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그렇게 한 시즌을 보내고 다음 해 스프링캠프에선 대주자라도 좋으니 1군에만 있고 싶다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선수가 주전 자리를 바라보며 훈련했겠지만, 그 때 저는 무조건 1군에 살아남는 걸 목표로 했던 것 같아요. 주전 자리를 꿰찬다는 욕심보다는 차근차근 밟아가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차근차근 밟아간 덕에 명불허전 KIA의 주전 유격수가 된 거군요. 하지만 김선빈 선수의 약점으로 뜬공 수비를 많이 이야기해요. 그 트라우마의 시작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시작이 아마 1년 차 때 SK 와이번스 전이었을 거예요. 야간 경기를 하다 보면 공이 안 보이는 시간대가 있어요. 근데 저는 프로에 와서 야간 경기를 처음 하는 거니까 그 시간대를 모르잖아요. 플라이가 떴는데 일단 쫓아갔어요. 그리고 하늘을 봤는데 공이 아예 사라진 거예요. 그게 처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 한화 이글스랑 시합하는데, 이범호 선수라고 있거든요? 지금은 KIA에 있는 그 선수요. (웃음) 그 선수가 플라이를 쳤는데, 하루에 두 개가 똑같은 곳에 왔어요. 근데 그것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그 때부터 공이 뜨면 불안하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그러면서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제가 항상 범호 형한테 말해요. 이거 다 형 때문이라고. (웃음)

 

그 때의 책임을 지려는 듯 뜬공이 오면 이범호 선수가 잡아 주기도 하잖아요. 안치홍 선수도 마찬가지고요. 이에 대해서 선수들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나요?

근데 범호 형이 수비 범위가 넓지가 않아서 영책임을 잘 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웃음) 장난이고요. 제가 시합 도중에 이야기해요. 지금 잘 안 보이니까, 내가 좀 불안하니까 대신 와서 좀 잡아달라고요. 그럼 치홍이나 범호 형이 잡을 수 있는 건 잡아주죠. 그런 식으로 옛날에는 많이 미뤘는데, 올해 들어서는 저도 많이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아직 불안한 건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번 시즌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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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쉽지 트라우마라는 게 이겨내기 어렵잖아요.

김민호 코치님 도움이 컸어요. 놓치더라도 네가 가서 잡으라고, 네가 잡아야 할 볼인데 왜 다른 사람한테 미루냐고 하셨어요. 사실 치홍이나 범호 형도 매 경기 시합을 뛰는 선수들인데 힘들 거 아니에요. 처음엔 내가 놓치면 시합을 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어쨌든 제가 계속 경기에 나가야 하는 거니까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계속 시도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점점 좋아진 것 같아요. 오셨네요, 여기. (깜짝 등장한 김민호 코치 曰, 내 이름 안 들어가면 안 돼~) 벌써 말했습니다. (웃음)

 

두 분 사이가 정말로 좋아 보이네요. 김선빈 선수에겐 작은 거인, 무등메시라는 별명이 있어요. 거의 키에 관한 별명인데, 작은 키에 있어서 아쉬울 때도 있을까요?

솔직히 키에 대한 스트레스는 고등학교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때는 투수를 했기 때문에 키가 커야 유리했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죠. 근데 프로 와서는 키에 대한 아쉬움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더 얘기를 많이 하죠. 그래서 더 독기를 품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약점 이야기만 했는데, 이번엔 분위기를 바꿔서 올해 이야기를 해보죠. 2017년 대박 시즌을 보냈잖아요.

완전 대박 시즌이죠. 전혀 상상도 못 했어요. 제가 볼 때는 야구하면서 이렇게 잘할 시즌이 없을 것 같아요.

 

원래 목표였던 3할도 모자라 3할7푼이에요. 타격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고요.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던 것 같아요?

상무 시절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군대에 가서 2군이랑 경기를 하는데, 2군엔 팬분들이 거의 안 오시잖아요. 만날 1군에서 시합 뛰던 선수가 2군에서 시합 뛰려고 하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재미가 없었어요. 뭔가 허하고 긴장감도 덜한 거 같고요. 팬분들의 함성도 그리웠고, 경기장에서 응원가도 너무 듣고 싶었어요. 그런 상황을 경험해 보고 나니까 1군에서 뛰는 경기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김선빈 선수에겐 군대가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네요. 최근엔 9번 타자로 많이 뛰었지만 2번에서도 많이 출전했는데요. 2번과 9번 어느 자리가 더 편한가요?

저는 9번이 더 편해요. 이번 시즌 주찬이 형, (이)명기 형이 워낙 잘 뛰어줬고, 그래서 9번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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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야구에서 킬링 포인트는 뭘까요?

저는 호수비할 때요! 타격할 때는 그렇게 짜릿함을 못 느끼겠는데, 위기 상황에서 슬라이딩 캐치로 점수를 막았을 때 가장 큰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야구만큼이나 김선빈 선수에게 소중한 것이 있죠. 바로 가족일 텐데요. 특이한 게 군대 가기 전 혼인신고를 마치고 전역 후에 식을 올렸어요. 어떤 이유였나요?

원래 입대 전에 결혼을 하고 갈 생각이었어요. 혼인신고를 하고 바로 결혼식도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한국 사회가 그렇잖아요. 급하게 식을 올리는 이유가 있을 거다, 사고를 쳤을 거다 뭐 이런 거요. 와이프도 저도 그런 오해를 받기 싫었기 때문에 그냥 혼인신고만 먼저 하기로 한 거예요. (결혼하고 군대 가보니 어때요? 보통의 남자들에겐 군대는 사랑의 걸림돌이기도 하잖아요.) 보통은 그렇죠. 저는 그냥 편했던 것 같아요. 일반 군인이었다면 여자친구 생각도 많이 나고 했을 텐데 상무라는 군대 특성상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니까요. 그래서 와이프 생각이 덜 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웃음) 근데 그것도 와이프가 늘 묵묵히 제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줬으니까 가능했던 거겠죠. 늘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했는데 어떤 것 같아요?

그게 다 자기 능력이고 팔자죠 뭐. 저 같은 경우는 잡힌 거고요. (웃음) 어쨌든 저는 일찍 한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결혼하면서 생각하는 마인드도 행동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거든요.

 

게다가 곧 아기가 태어나잖아요. 축하드립니다! 차세대 아들 혹은 딸 바보를 예약하실 것 같은데요?

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확인하기 전까진 딸인 줄 알았어요. 와이프가 입덧도 심했고 성별을 보러 가면 아기가 얼굴을 안 보여주길래 아, 부끄러움이 많은 게 딸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웃음) 그래서 태명도 ‘꽃빈이’였는데, 조금 지나서 아들이란 걸 알게 됐죠. (어쩐지 아쉬운 표정인데요?) 솔직히 말해서 좀 서운한 감이 있긴 했어요. 알게 모르게 저희 둘 다 딸을 기대했었나 봐요. 와이프도 확인하고 나서 담담하게 ‘오빠, 아들이래.’ 이러고 저도 ‘응, 그래.’ 하고 말았어요. 원래 와이프가 입덧을 하는 동안에도 라면이 잘 맞는지 늘 그것만 먹었거든요. 처음엔 아기한테 안 좋으니 그만 먹어라 잔소리를 했었는데, 아들인 걸 알고 나선 그냥 먹으라 했어요. (농담) 어차피 사내아이인데 먹어도 건강하겠지 싶어서. (웃음) 아마 그 때 아내가 좀 서운했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딱히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아요. 딸이든 아들이든 저희에게 와준 아기에게 고맙죠.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아들이 커서 이 인터뷰를 보면 어쩌죠?) 괜찮아요. 자기 인생 자기가 강하게 살아나가야죠. (쏘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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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태명이 ‘꽃빈이’길래 딸일 줄 알고 준비했던 질문이 있는데요. 만약 딸이 남자친구라고 데려와도 괜찮겠다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전혀 없어요. (에이, 그래도…) 아니에요. 없어요. (단호) (그럼 안치홍 선수는요?) 아, 치홍이는 좀 괜찮긴 하죠. 성격만 바뀌면 믿을 만할 것 같아요. 하지만 성격이 바뀌는 건 어려운 거니까요. 지금 몇 년이 지나가도록 안 바뀌고 있는 거니까 그게 제일 힘든 거죠. (그럼 결국 안 된다는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하하. 역시 단호하시군요. 그럼 야구를 하지 않는 날은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거의 와이프랑 바람 쐬러 다니는 것 같아요. 카페도 가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 주변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그 정도가 끝이에요.

 

그렇게 집에서 쉴 때도 있지만, 야구선수는 1년의 반을 버스에서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동 또한 많아요. 버스에서 주로 뭘 하는 편이에요?

저는 타는 순간부터 도착할 때까지 잠만 자는 편이에요. 음악도 듣긴 하는데 딱히 찾아서 듣는다기보다는 그냥 음원 사이트 탑 100을 랜덤으로 틀어놓고 잠만 자요. (휴게소도 들르죠? 휴게소 음식 사 먹기도 해요?) 저는 자느라 휴게소도 잘 안 내려요. 근데 아마 다른 선수들은 사 먹을 거예요. 최근에 kt 위즈 경기 끝나고 내려오면서 (나)지완이 형이 핫바 사 먹는 걸 본 적 있고요. 음, 그리고…. 네, 지완이 형만 본 것 같네요. (웃음)

 

자, 이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만큼 우승 공약을 안 들어볼 수가 없을 거 같은데요.

모교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화순고가 후원이 많이 되는 학교가 아니니까요. 도구 같은 것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화순 출신 중에 야구로 유명해진 선수가 저랑 (홍)건희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우승하면 건희랑 함께 후배들을 위해서 야구 장비를 사서 보내주려고요. 그게 제일 뜻깊은 공약이지 않나 생각해요. (아까 없다고 하셨던 화순고의 자랑이 여기 계셨네요.) 에이, 아니에요. 스포트라이트는 저보다 건희가 더 많이 받았어요. 저는 신인 드래프트 때 플래카드도 안 걸렸는데, 건희는 걸렸거든요! (하하. 그때 좀 서운하셨나 봐요. 그래도 이번에 우승하시면 걸리지 않을까요?) 그건 또 싫어요. 어렸을 때나 그랬지 지금은 안 걸렸으면 좋겠어요. 나이를 먹다 보니까 관심이 부담스러워지더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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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공약 말고도 미디어데이 때 팀 대표로 양현종 선수가 걸었던 공약이 있어요. “V11을 기념하며 11명의 선수가 걸그룹 춤을 추겠다.” 였는데요.

미친 거죠. (웃음) 대체 그걸 왜 공약으로 걸었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것도 있는데 왜 하필 그런 걸 했는지. 일단 그렇게 직접 공약을 건 주찬이 형하고 현종이 형은 무조건 나가야 하는 거고, 저는 웬만하면 안 나가고 싶네요. (왠지 나와 계실 거 같은데요?) 뭐, 주찬이 형이 강제로 나가라 하면 나갈 수밖에 없겠죠. 근데 이건 확실해요. 제가 나가면 주찬이 형도 무조건 나가고, 주찬이 형 안 나가면 저도 안 나갈 거예요.

 

꼭 우승하셔서 두 분 다 춤추시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됐는데요. 이쯤에서 정리하는 질문을 해보죠. 김선빈에게 안치홍이란?

아, 정리하는 질문이 치홍인 거예요? (웃음) 음, 치홍이…. 치홍이는 그림자요. 항상 묵묵히 제 옆에서 함께 해준 친구니까요. 공교롭게도 라커도 바로 옆에서 사용 중이에요. 저한테는 치홍이가 2루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 커요. 오래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제가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늘 생각해주거든요. 한 살 어린 후배지만 어드바이스도 해주고, 저도 치홍이한테 많이 물어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이젠 없으면 허전한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죠.

 

멋있는 대답이네요. 이제 진짜 마지막 질문이에요. 김선빈에게 KIA 타이거즈 팬이란?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팬분들 덕이었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지명받을 당시에 팬분들께서 구단에 계속 제 이야기를 해주셨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이렇게 KIA 타이거즈 유격수가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팬분들 덕이었습니다. 군대 다녀와서도 이렇게 큰 사랑 받을 줄 몰랐는데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내서 팬분들께 최고의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는 그를 보며 가장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밝고 자연스러운 미소. 연습을 한 건가 잠깐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원래 늘 웃는 모습의 사람이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때로는 위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 <더그아웃 매거진> 사람들 모두 만족했다는 후문. 곧 다가올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선빈의 밝은 미소를 볼 수 있길 기원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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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김선빈, KIA타이거즈, 기아타이거즈, 기아, 더그아웃매거진, 더그아웃, 야구잡지

    • 등급 최명환
    • 2017.11.11 00:43
    • 답글

    선빈이 화이팅!!

    • 등급 F1 방실장
    • 2017.11.12 23:45
    • 답글

    • 등급 F1 방실장
    • 2017.11.12 23:45
    • 답글

    선빈아 올시즌 니가 있어서 신바람 났다

    • 등급 스파이크
    • 2017.11.13 11:19
    • 답글

    멋지다 김선빈!

    • 등급 saer***
    • 2017.11.14 17:30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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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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