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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Report] 서울고등학교 조세진 DUGOUTV

dugout*** (dugout***)
2021.12.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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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선택

 

올해 고교야구를 뒤흔든 괴물 타자가 나타났다지난 4월 주말리그에서 중앙고등학교를 상대로 첫 타석에 담장을 넘기더니연이은 두 타석에서도 모두 큰 포물선을 그려냈다배터박스 안에 서 있는 늠름한 선수가 누군지 살펴보니 조세진이라는 낯선 이름 석 자가 적혀있었다새로운 팀에서 타자로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 이 19살 소년매 경기 미친 존재감을 뿜으며 5할이 넘는 타율로 본인의 가치를 톡톡히 증명해냈다그에게는 타석에서의 정식 데뷔 시즌임과 동시에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1년의 기록이 더욱 휘황찬란하게 빛난 이유는 그가 사활(死活)을 걸었기 때문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rang Lee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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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진

출생 2003년 11월 21일 신체조건 182cm 90kg 출신교 중원구리틀-선린중-서울고 포지션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1년 성적 22경기 타율 0.506 40안타 5홈런 25타점 13도루 OPS 1.463

 

#서울고 퍼즐 하나 더 획득!

 

올해 유독 더그아웃 리포트에 자주 등장한 학교가 있다이번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졸업생 1명을 포함해 무려 6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한 야구 명문 서울고등학교다. ‘두병헌’, ‘삼재현’ 등 일찌감치 팬들의 이목을 끈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본인의 야구를 해오며 비로소 빛을 본 이도 있었다올해도 많은 신인을 배출하며 육성의 진가를 보여준 서울고 출신의 마지막 퍼즐바로 대기만성의 슈퍼 루키 조세진이다.

 

올해 서울고에서 지명된 대다수가 본지에 다녀갔어요마지막 순서로 출연하게 된 소감은요? (10월 28일 인터뷰)

우선 이 자리에 불러 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시간 내주신 만큼 열심히 인터뷰하다가 가겠습니다.

 

동기들에게 출연 소식은 전했나요?

별로 신경을 안 쓰던데요건조하게 하고 와라고 말했어요인터뷰 잘하는 법도 안 알려주더라고요철저하게 다녀와라고 말하며 선을 그었어요. (웃음)

 

본지에 실린 친구들의 인터뷰를 보니까 어땠어요?

재밌죠일상 대화가 아닌 방송용 어조로 말하니까 색달랐어요그리고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엿볼 수 있잖아요신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웃겼어요(누가 실제와 가장 달랐나요?) ()재현이의 인터뷰가 제일 재밌었어요가장 오래 본 친구이기도 하니까 더 오글거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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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때 북일고에서 서울고로 전학을 결정했어요.

1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어깨를 다쳤어요재활을 위해 미국에 잠시 갔는데제가 간 곳이 우연히도 서울고의 전지훈련지와 겹쳤어요재활하면서 오가며 훈련 현장을 봤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감독님께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되 그 안에서 선수들에게 자율을 주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전학을 결심하게 됐어요.

 

이재현이 전학을 결정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하던데요?

그럼요제가 고민을 하던 찰나에 같은 중학교 출신인 재현이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어요재현이가 너무 좋다너라면 와서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용기를 북돋아 줬어요만약 제가 전학을 가게 되면 3학년 한 시즌만 뛰고 지명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어요어려운 선택이었지만 친구가 준 용기 덕에 굳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어요.

 

투타겸업을 하다 타자로 마음을 굳힌 터닝 포인트가 있어요?

딱히 터닝 포인트라고 여길만한 점은 없었어요계속 두 포지션을 겸업하다가 주변에서 타자로서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씀해 주셔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투수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1도 안 남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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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강자는 여기 있습니다만

 

언더독(Underdog)이란 스포츠에서 승리할 확률이 낮은 편을 일컫는 말이다. 1라운드에 지명되며 이번 드래프트의 승자 중 한 명이 된 조세진이지만그 역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언더독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았다하지만 갓 타자로 전업해 분석할 표본도 거의 없었던 이 선수는 머지않아 맹타를 휘두르며 매 경기를 씹어 먹는 돌풍을 일으켰다리그의 판도부터 드래프트 전망까지 단숨에 뒤바꿔버린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이었다.

 

올해는 서울고 소속으로 본인을 선보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즌이라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겠네요?

제가 가진 걸 처음부터 전부 보여줘야 하는 처지였잖아요다 부숴버리자는 마음으로 시즌에 임했어요그러다가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히면 자신을 갉아 먹는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야구가 인생의 다는 아니잖아라고 되뇌며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매 타석에 들어섰어요.

 

무려 5할 타자예요. 1년 만에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가장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요?

가장 중점이 된 건 투수와의 볼카운트 싸움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였어요투수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타격 연습까지 무조건 훈련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어요체력적인 노력 외에는 타석에 들어섰을 때의 시뮬레이션을 많이 그려봤어요타격 타이밍코스별 타격 지점 등 나만의 룰을 머릿속으로 구축해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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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타력이 돋보이는데요홈런 5개를 포함해서 OPS 1.463을 기록했어요.

중앙고등학교와의 주말리그에서 한 게임에 3홈런을 기록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왜냐하면 아직도 그날 모든 타석의 느낌이 생생하거든요첫 번째 홈런은 솔직히 잘 맞진 않았어요. ‘혹시 넘어가려나?’ 했는데 운이 좋게 넘어가서 안도했어요두 번째 타석에 들어설 때, ‘홈런에 연연하지 말고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치자는 차분한 마음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따라오더라고요세 번째 타석에서도 똑같은 마음으로 쳤더니 같은 코스의 홈런이 나왔어요(야구 천재 아닌가요?) 아닙니다. (웃음)

 

도루도 13개나 기록했어요체격에 비해 발도 빠른 편인데요?

어디 가서 느리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어요. 100m에 11초 정도 나와요.

 

그래서인지 만능 5툴 플레이어라는 평이 자자해요.

정말로 과찬입니다아직은 주루 플레이나 수비가 조금 아쉽다는 얘기가 많아요제가 본격적으로 외야수로 뛴 첫해니까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릴 적엔 내야수를 맡았다고 하더라고요외야수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중학교 때 감독님이 투타 겸업을 하면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외야수로 뛰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그래서 자연스럽게 외야수를 하게 됐어요내야수의 욕심은 딱히 없고 지금 포지션에서 더 성장하고 싶어요.

 

힘세진이란 별명이 있더라고요힘의 원천은 어디서 오나요?

힘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열심히 비운 밥그릇 수에서 와요중학교 2학년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어요당시 많이 왜소한 편이었거든요단지 체격을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어요전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에요살을 찌우려고 냉면 대야에 밥을 꽉꽉 채워 먹기도 했고 삼겹살 기름도 마셔봤어요체격 하나 키우려고 별의별 짓을 다 했죠요즘도 가만히 있으면 살이 빠지거든요계속 먹는 것도 너무 힘든데체중을 유지하려고 한창 먹을 때는 공깃밥 대여섯 그릇은 기본으로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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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TnE 트레이닝 센터에서 꾸준히 운동해 왔더라고요.

제가 살을 찌울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트레이닝 센터예요이곳에서 단순히 체격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제가 가진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아갈 수 있었어요예를 들어 선수들이 같은 동작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들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조건이 다르기에 힘을 사용하는 포인트도 달라져요제 몸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이제 학교를 떠나게 돼요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뭐예요?

팀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충암고와의 주말리그 경기예요그때 연장 12회까지 진행됐는데우리 팀이 혈투 끝에 끝내기로 이겼어요너무 짜릿했고 이 맛에 야구 하지라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어요(반대로 아쉬운 경기가 있다면요?) 최근 열렸던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요두 게임을 뛰었는데 안타를 하나도 못 쳤거든요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서 아쉬워요.

 

봉황대기를 앞둔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해 주세요.

지금 3학년이 없어도 잘할 수 있는 친구들이에요여태까지 해 왔듯이 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큰 결과를 바라보기보다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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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담장의 주인은

 

조세진의 가장 큰 장점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장타력이다아무리 고교무대라고 해도 8할을 훌쩍 넘는 장타율은 모교 선배 강백호조차도 넘보지 못한 수치다이런 그가 사직야구장의 타석에 들어서면 안타만큼이나 홈런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지 않을까지명 후 교육리그에 합류해 프로 진출 후 첫 게임에서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차세대 담장 주인으로서 신호탄을 쏘아 올린 조세진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수많은 포물선에 환호할 롯데 팬들의 함성이 벌써 들리는 듯하다.

 

혜성처럼 나타나 당당히 거인 군단의 일원이 됐어요.

정말로 그 순번엔 못 받을 줄 알았어요전체 4번이잖아요제 이름이 나올 타이밍이 절대 아니라 웃으면서 보고 있었어요. ‘누가 나올까?’ 하며 즐겁게 보고 있었는데 서울고 외야수 조세진!”이라 불러 주시는 거예요되게 놀랐어요지명 당일이 U-18 청소년대표팀 소집 일이었어요대표팀 동료들과 대구에서 같이 보고 있었는데 그저 좋았어요.

 

1라운드에서 뽑힐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요?

타격으로 보여준 모습 때문이지 않을까요? (웃음더불어 아까 말한 나머지 툴들도 남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뒤처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 뽑아주신 거 같아요(아직 보여주지 못한 매력이 있다면 소개해볼까요?) 달리기요꼭 1군에서 주루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에 건강 검진에 다녀왔어요입단 동기들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세민이와 ()태양이 말고는 전부 처음 봤어요그중에서 ()동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IBK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의 김희진 선수와 정말 닮았어요마스크를 벗든 쓰든 닮았더라고요.

 

내일이면 팬들 앞에 처음으로 서게 돼요떨리지 않아요?

떨려요내일 점심쯤에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가거든요사직야구장에 처음 가보는데 떨리면서도 긴장도 돼요(불러주면 좋을 만한 애칭이 있을까요?) 그런 건 없고 악플은 없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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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모델이 LG 트윈스 이형종이라고 해요같은 팀의 전준우는 어때요?

제 롤 모델은 전준우 선배님으로 이미 바뀌었어요. (웃음직접 뵌다면 타격에 대해 제일 먼저 배우고 싶어요불리한 상황에서도 투수와의 수 싸움을 잘하시잖아요.

 

앞으로 롯데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롯데 하면 이대호손아섭전준우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떠오르잖아요저도 팬분들이 롯데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얼굴이 되고 싶어요.

 

2021년은 어떤 해였나요?

보상을 받은 해였어요. 10년 정도 야구만 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해 왔어요야구선수로서 일차적인 보상을 달게 받은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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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마무리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번 전해볼까요?

지금까지 저를 잘 키워주신 부모님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프로가 됐으니까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여러 방면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롯데의 막내로서 팬들에게 마지막 한마디하고 마칠게요.

이번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에 지명된 아기 갈매기 조세진입니다앞으로 팀의 기둥으로 성장해 우승에 보탬이 되겠습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응원 많이 해 주세요감사합니다!

 

***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그리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기도 한다조세진도 마찬가지였다어린 나이에 전학과 타자 전향이라는 중대한 결정 앞에 섰고묵묵히 바라온 프로 지명이라는 목표를 위해 익숙한 환경과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과감히 포기했다.

 

큰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강단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점철된 열아홉의 패기이것이 곧 외야수 중 첫 번째 지명이라는 쾌거로 이어진 게 아닐까주어진 환경에 쉬이 안주하지 않았고본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조급해하지 않았다그저 동료들을 향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묵묵히 본인을 다져갈 뿐이었고비로소 롯데의 지명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드래프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이유 있는 선택으로 구단들이 서로 데려가야만 하는 이유’ 자체가 된 조세진다시금 만날 날엔 거인 군단의 든든한 기둥이 돼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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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2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8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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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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