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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terview] 키움 히어로즈 오주원 DUGOUTV

dugout*** (dugout***)
2021.12.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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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맨의 마지막 인사

 

히어로즈 격동의 역사를 모두 함께해온 이가 있다현대 유니콘스의 해체와 우리 히어로즈로의 재창단넥센 히어로즈의 열악했던 초창기와 넥벤져스 시절 그리고 키움 히어로즈의 탄생까지이 모든 과정을 피부로 느끼며 그의 말마따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투수 오주원이다그의 야구 인생 역시 소속팀이 걸어온 길처럼 절대로 순탄치만은 않았다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10년 넘게 괴롭히기도 했고팀 내에선 고정된 역할 없이 그저 팀이 필요로 하는 대로 묵묵히 헌신해왔다그렇게 쌓아 올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커리어를 오주원은 어떻게 회상하고 있을까키움의 마지막 창단 멤버이자 조용히 영웅 군단의 뒤를 받쳐온 히어로즈 맨의 지난 18년을 돌아보자.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Chanwoo Lee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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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째마지막 시즌

 

은퇴를 발표하고 3주가 지났다. (11월 17일 인터뷰)

아직 3주밖에 안 됐나사실 은퇴를 결심한 건 오래전이다시즌 중반에 구단과 이야기를 나눴고받아들여 줘서 페넌트 레이스가 끝날 때쯤 발표하게 됐다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짐을 좀 덜어놓은 느낌이었다그전까지는 야구를 계속하고 있는 자체로 부담감이 있었는데지금은 편히 쉬고 있다.

 

시즌 중반에 일찌감치 마음먹게 된 이유가 있나.

심플하게 기량 저하다안 되겠단 걸 느꼈고, ‘아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선수들은 본인 스스로 그런 시기가 왔음을 직감할 수 있다그래서 미련 없이 편하게 내 의사를 전할 수 있었다.

 

올해 키움이 극적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보며 어떤 마음이 들었나.

극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가서 좋다기보단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나 역시 은퇴를 결심하기 전에 좀 더 잘해서 보탬이 됐다면 더 높은 위치에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했다다들 비슷한 마음일 거다.

 

경험 많은 베테랑으로서 마지막으로 큰 무대에서 도움이 되고 싶었을 법한데.

내가 그럴 수 있는 상태였다면 모르겠지만오히려 내가 아닌 후배들이 한 번이라도 더 이런 무대에 등판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그런 경험들이 쌓이며 발전하는 게 아니겠는가내가 마지막에 함께하지 못했다고 아쉬운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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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까지라고 말했을 때 팀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다들 아쉬워했지만특히 함께 오래 뛰었던 ()병호나 비슷한 연차의 동기들이 더 그랬다좀 더 해보면 안 되겠냐는 얘기도 하더라오히려 형은 여기까지인 거 같다더 하면 안 될 거 같다라며 편하게 말을 꺼냈다.

 

후회는 없다고 했지만한편으로는 18년간 이어온 선수 생활을 끝마치기 아쉽진 않았나.

물론 조금만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없진 않았다누구나 다 은퇴하는 시점에선 비슷할 거다그래도 말했듯이 후회는 없고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다.

 

특별히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누구 한 사람한테 감사하다기보단 내가 거쳐온 전체적인 환경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이렇게 오래 뛸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준 구단에 감사하고또 워낙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들과 함께할 수 있었음에 영광이다좋은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야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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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오주원

 

본인을 마지막으로 2004년 현대의 우승 멤버는 다 은퇴하게 됐다그들이 하나둘씩 현역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어릴 땐 몰랐는데나이를 먹으며 형들이 먼저 떠나는 걸 보니 아쉬운 마음도 들고 나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수 생활 막바지를 보냈다점점 내 위로 형들이 없어지는 거에 대해선 좀 아쉬움이 있긴 했다그래도 다행히 입단 동기인 ()한준이 형이 아직 잘하고 있지 않나개인적으로도 연락했고 형도 잘 마무리하라고 얘기해줬다.

 

신인왕 수상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무덤덤하다고 했다그렇다면 당시 우승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한가.

그건 기억에 남는다그땐 입단하자마자 일어난 일이었으니 우승의 소중함을 잘 몰랐는데서른을 넘기면서부터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트로피 한번 못 들어보고 그만두는 이가 너무 많지 않은가. 10년 이상 무관인 팀도 많고우리 팀도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해 개인적으로도 또 팀으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도 더 우승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 서른 넘어서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14년쯤이었다.

팀의 첫 한국시리즈였다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2019년에 기회가 한 번 더 왔는데 이때도 2등에 머물렀으니우승이란 게 참 어렵다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쉽고 후회되는 순간들이다.

 

2019년도에는 34세에 커리어 하이급 성적을 냈다느지막이 최고의 시즌을 맞이할 수 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나.

커리어 하이라고 얘기하는데 분명 그 시기까지 잘 버텨왔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해도 찾아온 걸 거다.1군에서 얼마나 오래 던지는지가 중요한 거 같다. 1, 2년 차에 좋은 성적을 낼 순 있겠지만 괜찮은 폼을 유지하며 버티다 보면 그보다 더 만족스러운 시즌이 찾아올 수 있다나에겐 딱 2019년도가 그런 시기였고여러모로 운 때도 잘 맞물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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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히어로즈로 재창단된 후 여러 차례 구단명이 바뀌기까지 모든 역사를 함께했다본인에게 히어로즈란 어떤 의미인가.

이런 표현은 너무 올드한 거 같은데, (웃음희로애락을 같이 한 존재다초창기 어려웠을 때부터 안정을 찾기까지 구성원이 다 함께 정말 많은 일을 경험했다다 같이 힘들고또 좋았고남들과 다른 환경에 있었던 만큼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었다애틋함이 크다.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마쳤다아무나 달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닌데.

앞으로 후배들이 한 팀에서 오래 뛰었으면 좋겠다우리 팀 동생들에게도 좋은 제안이 와서 팀을 떠나야 할지 고민되는 시기가 언젠간 찾아올 거다그럴 때 구단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서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올 수 있는 팀이 되길 바란다나는 원클럽맨으로 끝나는 거지만 다른 팀엔 나아가 프랜차이즈 스타나 영구결번도 많지 않은가히어로즈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본인의 야구 인생에서 하이라이트 세 장면을 뽑아본다면?

그건 정확히 얘기할 수 있겠다. 2004, 2014, 2019년이다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거 외에 개인적으로 활약해서 기억에 남는 때는 특별히 없다그만큼 임팩트가 큰 순간이다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은퇴할 때쯤이면 마찬가지일 거다.

 

히어로즈에서 우승을 못 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반대로 뿌듯한 성과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매년 내 성적을 돌아보면 그렇게 특출난 적은 없었다그래도 18년간 누적된 성적표를 보면 아 그래도 못하진 않았고 꽤 했구나’, ‘대단하게 잘한 건 아니지만 못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분명히 더 좋은 성과를 내거나 타이틀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그래도 이만하면 잘했다며 마무리 지었다.

 

옛날 일이라지만 무려 신인왕 타이틀이 있지 않은가.

에이그건 별개다다들 신인왕을 대단한 거라 말하지만그만둘 때쯤 되니 누적된 기록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더라한 선수가 야구를 어느 정도 했는지에 대해서는 누적이 말해주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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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자세

 

언성 히어로라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다녔다실제로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원래는 화도 많은 타입이다그런데 공을 던지고 있을 땐 덤덤해진다물론 처음엔 업다운이 있었지만 연차가 쌓이며 점점 차분해지더라투수로선 꽤 좋은 부분이니 동료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막상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장난도 많이 치고 활기찬 편이다그래도 공을 잡을 때만큼은 정말 진지했다.

 

팀원들 사이에선 어떤 역할이었는지 궁금하다.

어디에든 융화가 잘 되는 성격이었다어릴 때도 선배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다시간이 흘러 선배가 없어진 대신 10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가 많아졌어도 서로 거리낌 없이 대화하며 친형제처럼 지내곤 했다.

 

지금은 SSG 랜더스에 있는 김상수와 신재영과의 친분이 유명하더라.

둘 다 정말 친하다마찬가지로 그만둔다는 말을 듣고 크게 아쉬워했다(은퇴하는 입장에서 두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그러기엔 다들 자주 보고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는데뭐 특별한 게 있겠나맡은 역할 잘 해내서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오래오래 뛰었으면 좋겠다는 말 정도다.

 

꽤 긴 시간 동안 투수조 최고참 역할을 했다최고참으로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는가.

딱 하나다모범이 되자후배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내 행동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마운드 위에서나 훈련 시간 또 사적인 시간에도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내가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 건구설수나 조그만 사건·사고 하나 없이 선수 생활을 했다는 거다술은 어릴 때나 한두 번씩 먹었지 20대 초반 이후로는 지금도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정도다먹어도 한두 잔이고, 10년 동안 내가 술을 마셨던 게 몇 번이나 될까 싶을 정도다먹으라면 먹을 순 있었겠지만일부러 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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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던 건 몰랐다.

모범이 되겠다는 생각에 자기관리는 정말 열심히 했다. ‘저 선배는 뭔데 우리한테 뭐라 그러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지금 돌아보면 성실한 선수였다는 말을 들은 게 가장 뜻깊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많이 해온 얘기겠지만본인의 야구 인생에서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은 일도 빼놓을 순 없겠다당시 어느 정도로 고통이 심했던 건가.

진짜 한 발자국도 못 걸었다다들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단다고통이 제일 심했던 넉 달 동안은 움직이면 너무 아파서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통증은 20살 때부터 계속 있었는데 10년간 병이라는 짐작을 전혀 못 하고 있다가 가장 극심하게 아플 때 병원에서 병명을 진단받았다그때 통증의 단계를 나누면 거의 마지막 단계라며어떻게 참고 운동했냐는 말을 들었다나중에 알아보니 어릴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더라(지금은 괜찮나.)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이기 때문에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불편한 점이 없진 않지만원체 성격이 둔감한 편이라 그냥 불편한 거구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그래도 지금은 괜찮다.

 

어떻게 무려 10년씩이나 참아온 건가.

직업병이었나 보다운동선수는 아픈 게 당연한 거로 생각했다그래서 후배들에게도 “1군에서 안 아프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만 운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물론 아프지 않으면 베스트지만운동하다 조금만 상태가 안 좋으면 쉬려는 모습이 팀원들에게 종종 보이곤 했다근데 시간이 지나니 옛날의 나는 너무 참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당시엔 묵묵히 버텼지만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퍼포먼스를 내는데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 거다. ‘병이 없었으면 더 뛰어난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없나.

물론 아쉽고억울함도 있다아프면서 구속이 떨어지고 컨트롤로 먹고사는 투수로 길을 찾았지만나 역시 어릴 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140km/h 중후반은 던지곤 했는데 구위를 오래 유지할 수 없게 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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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몸이지만 멘탈을 추스르기도 쉽지 않았겠다.

10년 동안 아픈 걸 참을 만큼 참고 진단을 받은 거였기에 이제 그만해야 하나 싶었다오히려 확진을 받고 나서 크게 충격을 받거나 한 건 없었다이미 야구를 꽤 오래 한 상태였으니 그냥 억울한 정도였달까.

 

마운드 위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비교적 덤덤한 반응이다.

사실 야구가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10m 걷는 데 20분이나 걸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일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움직이고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려고 했다주변에서도 만류하고 구단에서도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랬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런데 조금 걸을 만해지면서부터 점차 회복 페이스가 빨라지더라어느새 2군에 합류했고그 후 두 달 정도 훈련하고 1군에도 복귀했다물론 제대로 훈련이 된 상태가 아니다 보니 처음에만 잠깐 좋았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오긴 했다그때부터의 선수 생활은 말 그대로 보너스였다원래는 운동을 못 하게 되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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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세운 본인만의 목표가 있을 거다지금 돌아보면 얼마나 이뤘나.

못 이뤘다목표로 세웠던 것 중에 이룬 게 없다다들 그렇듯 나 역시 매 시즌에 돌입하기 전에 올해의 목표를 세우곤 했는데말했듯이 어느 순간부턴 통산 기록이나 누적에 신경이 쓰이더라그래서 600경기 출장과 100홀드는 해내고 싶었는데조금씩 모자랐다. (통산 562경기 84홀드그래서 후회는 없어도 아쉬움이 남는 건가 보다.

 

18년 동안 선발중간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여러 보직을 맡았다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은 무엇이었나.

사실 난 내게 잘 맞는 보직을 맡았다기보단 몸이 못 버티는 바람에 선발 투수에서 전향한 케이스다그래도 굳이 정하라면 중간 투수가 제일 괜찮았다불펜밖에 할 수 없는 몸 상태기도 했지만성격에 잘 맞았고 오히려 나중에는 불펜 투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내년에 구단에서 은퇴식을 열어줄 예정이라고 들었다어떤 그림일지 상상되는가.

은퇴식을 해주겠단 말을 듣고 감사하다고 답했다그렇지만 해준다는 말을 듣기만 한 상태고어떻게 진행이 될지는 구단과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 문제인 거 같다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팀에서 얘기를 꺼내 주시면 밑그림이 점차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아직 은퇴를 발표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흔히 제2의 인생이라고 표현하지 않나난 평생 야구를 해온 사람이기 때문에뭔가 새로운 걸 하기보단 여태껏 배워온 거로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어쨌든 배운 게 야구니까 결국은 이 길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팀에서 제의해준 것도 있고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될진 모르겠지만 내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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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처음 공을 잡은 이후 30년 가까이 흘렀다오주원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한참 고민한 후다른 선수들은 보통 뭐라고 답변하는가(참신한 비유를 하는 예도 있지만역시 인생이라는 답변이 제일 많다.) 사실 비슷하다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삶의 모든 파트가 야구였고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자고 일어나면 야구장또 자고 일어나면 야구장다른 게 없었다아마추어 때는 쉬는 날도 없으니 오전 훈련오후 훈련야간 훈련새벽 훈련의 반복이었다아마 다들 비슷했을 테니 그렇게 대답한 걸 거다.

 

동고동락해온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꼭 형이 미처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대신 이뤄줬으면 한다이제는 후배들의 몫이 아닌가다들 좋은 성적을 내서 트로피를 드는 영광을 옆에서라도 지켜보고 싶다다들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다꼭 히어로즈의 첫 우승을 일궈내서 팬들과 함께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긴 시간 응원해준 히어로즈 팬들에게 인사 남기고 마치겠다.

안녕하십니까오주원입니다. 18년 동안 팀에 있으며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고때론 애정 어린 욕과 쓴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격려든 쓴소리든 제게 관심을 보내주신 모든 팬분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여러분이 있기에 마지막까지 너무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은퇴 소식을 접하고 슬퍼하신 분들도 있고저 역시 인사드리며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전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딱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키움 히어로즈 팬 여러분고맙습니다.

 

***

분명 그는 주연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매년 선발 한 자리에서 계산이 서는 자원은 아니었고불같은 강속구를 뽐낸 것도 아니다그런데도 무려 18년 동안이나 한 팀에서 뛰며 투수로서 600경기 가까이 소화할 수 있었다정교한 제구력과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원동력이었겠지만어쩌면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선수 생활 내내 보여준 팀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이야말로 구단에서 꼭 필요로 했던 게 아니었을까이닝 소화력과 빠른 구속만큼이나 말이다특수한 환경에서 혼란을 겪던 히어로즈에겐 구심점이 필요했을 거다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마운드 아래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땐 그 역시 든든한 중심이 아니었을까팀의 출발점부터 줄곧 함께해온 개국공신이자고참으로서 언제나 모범이 되려 노력해온 오주원은 의지할 수 있는 동료이자 선배였음이 분명하다.

 

지금의 영웅 군단이 있기까지 묵묵히 팀원들을 이끌어왔을 그에겐 히어로즈 맨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아 보인다내년에 그가 고척스카이돔에서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길또 후배들이 그의 못다 한 염원을 풀어줘 옆에서 기쁨을 함께 만끽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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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2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8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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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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