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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2008년 베이징에서 울려 퍼진 열세 번째 국가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었다. 예선전을 포함해 9전 전승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쟁취했다. 이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했고 올해로 야구의 날은 13주년을 맞이한다. 동시에 2008년 이후 올림픽에서 사라진 야구는 도쿄 올림픽에서 부활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자란 ‘베이징 키즈’가 야구 드림팀을 재구성할 수 있을지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쿄 올림픽 개막까지 약 100일, 또 한 편의 금빛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4월 6일 작성)
에디터 이예랑 사진 한국야구위원회(KBO), KT 위즈, 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
#124년 만에 연기된 올림픽
전대미문의 범유행 바이러스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전 세계가 골병을 앓고 있는 현재,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은 지난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1,345명에서 2,843명의 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재확산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3월 25일 후쿠시마현에서 시작된 성화 봉송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오사카부, 효고현, 미야기현의 중점 조치 방안에 따라 일시 중단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거센 여론에도 일본은 불안한 외줄 타기를 선택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관객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해외에 팔린 경기 티켓 63만 장은 전액 환급 조치될 예정이며, 해외 봉사자 2천 3백여 명의 지원도 취소하겠다고 전했다.
#출항 준비 완료
한편, 어지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 선수들은 기량을 뽐내기 위해 올림픽 무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O는 지난 3월 19일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 예비 엔트리 154명의 명단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제출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감독을 맡았던 김경문이 다시 지휘봉을 잡는다. 김경문호는 도쿄 올림픽을 위해 KBO리그 선수 136명, 해외리그 4명, 아마추어 14명을 출항 명단에 올렸다. 야구 대표팀 기술위원장 김시진은 선수 선정 기준에 대해 선수의 전년도 성적, 대표팀 이력,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발표했다.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만이 최종 엔트리 24인에 포함될 수 있으며 최종 엔트리는 6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예비 엔트리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표팀의 신구 교체다.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중 이번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유일하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강민호는 진갑용과 함께 포수 마스크를 썼다. 준결승전에서 김광현과 찰떡 호흡으로 일본을 꺾었고, 결승전에서는 투수 류현진과 함께 아테나 올림픽 챔피언인 쿠바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최대 위기는 9회 말이었다.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심판의 판정을 확인하던 가운데 강민호가 퇴장을 당했다. 이때 이른바 ‘분노의 미트 던지기’로 24살의 패기를 보이며 태극전사와 전 국민의 승리욕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시간이 흘러 37살의 베테랑으로 거듭났다. 지난 4월 3일에는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 전 큰 소리로 “올림픽 한 번 보내주십시오!”라고 외치는 모습이 방송으로 중계됐다. 이러한 그의 바람대로 예비 엔트리 중 유일한 올림픽 경험자로서 관록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부터 KBO리그에 합류한 SSG 랜더스 추신수의 합류여부도 관심사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로 11년 만에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후배들과 함께 태극 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또한, 아마추어 선수 14명에 대해서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지난해 성적을 기준으로 선수를 추천했으며, 투수와 타자 각 7명씩으로 구성했다. 다만 후보 명단은 최종 엔트리 발표 시 전체 공개될 예정이다. 고교, 대학교 후보 선수들이 시즌 중에 자칫 무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gain, 2008
2008년 야구 결승전은 쿠바와 맞대결이었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지만, 경기 내내 1점 차만을 유지하는 살얼음판 승부였다. 최대 위기는 9회 말이었다. 주심의 석연찮은 연속 볼넷 판정으로 포수 강민호가 판정에 항의하던 도중 급기야 퇴장 조치까지 당했다. 이에 정대현과 진갑용이 마운드와 안방을 이어받았지만,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정대현의 침착한 투구와 박진만-고영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6-4-3 더블 플레이로 금메달을 거머쥐며 3시간 15분의 대혈전을 마무리했다.
“9명의 선발선수, 9번의 경기, 9번의 승리. 완벽하다.” MLB닷컴 소속 기자 마크 뉴먼이 쓴 당시 기사 중 일부다. 9전 전승을 거두며 그야말로 대한민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우리 대표팀. 13년 만에 야구 종목이 올림픽에서 부활하는 만큼 전 금메달리스트인 우리 대표팀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오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뉴 페이스들이 태극 마크 엔트리의 주를 이뤘다. 이에 <더그아웃 매거진> 에디터들이 도쿄 올림픽에서 ‘특급 케미’를 보여줄 선수들을 꼽아봤다.
박소정 에디터 : 라이징 스타들의 대향연
이번 도쿄 올림픽 예비 명단 속 2020시즌 KBO리그 라이징 스타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큰 기대감을 느꼈다.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우승에 선발 투수이자 불펜으로서 큰 보탬이 된 송명기와 ‘깡 신드롬’의 주인공 강진성, KT 위즈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역할을 한 신인 소형준과 ‘끝내주는 남자’ 배정대, 신인 티를 벗어 던지고 KIA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준 최원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시즌 각자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최고조에 달했을 올해에는 더 좋은 기량을 펼칠 것이다. 또한 성인 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만큼 어린 선수들만의 패기를 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
올림픽과 같은 국가대항전은 젊은 선수들이 KBO리그를 넘어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자신들의 진가를 선보일 좋은 기회다. 모쪼록 자신감을 갖고 다방면에서 기량을 뽐내 대표팀의 순탄한 세대교체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더불어 새로운 무대에서의 경험이 라이징 스타들의 가파른 실력향상에 좋은 자양분이 되길 기원한다.
송서미 에디터 : 2021 새로운 ‘국뽕’의 등장
이번 도쿄 올림픽은 양현종부터 최지만, 김하성, 박효준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출전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국뽕’이 차오르게 할 선수는 KBO리그에도 넘쳐난다. 특히나 이번 올림픽은 세대교체가 눈에 띄는 시즌이다. 투수 부문에서는 NC 구창모, KT 소형준이 그 대상이다. 물론 지난해 결과도 우수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구창모는 부상이 아쉬웠으나 시즌이 지나며 속구, 포크볼 모두 월등하게 발전했고, 소형준은 볼 컨트롤과 자유로운 구종 변화가 압권이다. 이번 올림픽 선발투수 후보에 두 선수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들의 투구를 안정감 있게 받아줄 대표팀 포수로 삼성 강민호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이미 올림픽 경험이 있는 노련한 포구로 젊은 투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새로운 ‘국뽕’의 등장과 함께 신구의 조합을 기대해보자.
조예은 에디터 : 젊은 에이스에서 에이스로
도쿄 올림픽 사전 등록 명단 140인 중 단 24명이 태극 마크를 달게 된다.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한 김광현과 양현종이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만큼 선발진의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많은 신인 투수가 선전한 만큼, 명단에는 젊다 못해 어린 선수가 여럿 보인다. 그중 NC의 좌완 에이스 구창모, 지난해 신인왕을 수상한 KT 소형준이 눈에 띈다. 구창모가 부상으로 인해 조금 늦게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올림픽까지의 기간을 생각하면 대표팀 차출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두 선수는 나이에 맞지 않는 노련한 투구와 적절한 변화구 사용이 돋보인다. 큰 경기는 선수의 성장을 촉진한다. 국제대회는 더욱더 그렇다. 뛰어난 선수가 서로 소통하고, 강한 상대를 만나며 발전한다. 구창모와 소형준은 리그를 이끌어나갈 재목이다. 두 투수가 한 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왔다. 젊은 에이스 두 명이 어떤 궁합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곽동희 에디터 : 제2의 류현진과 이승엽은 누구?
확실한 에이스 1명과 부동의 4번 타자가 있다면 팀의 중심이 보다 견고해진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류현진과 이승엽이 그 역할을 했다. 류현진은 2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대담한 피칭을 보여줬다. 4번 타자 이승엽은 역시 이승엽이었다. 부진을 거듭하다가도 팀이 절실히 필요로 할 때 꼭 한방을 쳐줬다. 그야말로 확실하게 막고 확실하게 불러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의 최대 관심사는 제2의 류현진과 이승엽의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느냐다. 먼저 투수 에이스에 가장 근접해 보이는 선수는 NC 구창모와 KT 소형준이다. 구창모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좌완 파이어볼러고, 소형준은 지난해 KBO리그 신인왕이다. 두 선수 모두 어린 나이지만, 큰 경기 경험이 있고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다는 점에서 류현진과 닮았다. 구창모는 부상 회복이 관건이다. 부동의 4번 타자는 SSG 추신수와 최정을 꼽고 싶다. 추신수의 강점은 역시 큰 경기 경험이다. 세계 어느 선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경험과 커리어를 갖췄다. 오랜만에 태극 마크를 단다면 그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도 높다. 최정은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타자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대표팀에서도 중심을 잡아 줄 때가 왔다. 베이징 올림픽의 류현진과 이승엽이 그랬듯 거침없는 젊은 투수와 노련한 베테랑 타자가 각각 투타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도쿄에서 또한 한 편의 명승부를 재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금빛 향연의 새로운 주역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침체한 야구계가 재도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자연스레 자금의 유입 규모가 커졌고 야구 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야구 붐으로 유소년 야구선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2006년 6,400명에서 2015년 16,000명의 선수가 등록됐고, 팀 수는 282팀에서 455팀으로 총 173개 팀이 늘어났다. 현재 각 팀의 키 플레이어인 KT 강백호, LG 트윈스 정우영, 키움 이정후, 삼성 원태인 등이 대표적인 베이징 키즈다. 베이징 키즈에 이어 이번 시즌 신인 선수로는 LG 강효종, 키움 장재영, KIA 이의리,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나승엽, 삼성 이승현까지 여섯 명의 선수가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된 예비 엔트리. 경쾌한 신호탄을 울리며 신구의 대거 교체를 앞두고 있다. 떠오르는 신예들의 불타는 투지가 세계 무대에서 발휘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앞으로 약 3개월 동안 최고의 성적을 보여준 선수만이 총 24석의 김경문호에 탑승할 수 있다. 2008년 금메달의 영광을 재연하리라 감히 예측해본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0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