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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2차 드래프트의 동상이몽 DUGOUTV

dugout*** (dugout***)
2021.02.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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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2월 8일 KBO 실행위원회는 2차 드래프트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10개 구단의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는 2차 드래프트가 무용하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상호 협의를 통해 폐지를 결정했다고 언론에 보도했다바로 다음 날인 9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회장을 맡은 NC 다이노스 양의지는 2차 드래프트 폐지를 철회해 달라며 선수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고그 결과 KBO는 이사회를 통해 2차 드래프트 폐지를 보류하기로 했다존폐의 기로에 선 2차 드래프트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에디터 이예랑 사진 한국야구위원회(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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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드래프트란?


2차 드래프트는 제9구단 NC를 창단할 당시 신규 구단 창단에 따라 2군 자원을 고르게 재배분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의 룰드래프트를 참고해 한국형 룰드래프트를 제안했고 2011년부터 도입해 시행했다. 2차 드래프트는 2년 단위로 해당 연도 11월에 개최한다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와 1, 2년 차 선수, FA(자유계약선수)를 제외하고 육성선수를 포함한 전체 선수 중 보호 선수 40명의 명단을 제출하고 보호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가 2차 드래프트의 대상자가 된다각 팀에서는 3라운드까지 지명할 수 있고 한 팀에서는 4명의 선수까지 지명이 가능하며, 1라운드 지명선수 3, 2라운드 지명선수 2, 3라운드 이후 지명선수 1억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명한 구단이 소속 구단에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득보다는 실


우선 구단 입장을 살펴보자각 구단은 전력 강화를 위해 신인 드래프트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유망한 선수들을 지명하고 있다특히 고졸 선수를 지명할 때 향후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에 큰 초점을 맞춘다이를 위해 각 구단은 데이터 분석트랙맨 도입 등 많은 자원을 투입해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오랜 시간 키운 유망주를 뺏긴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아무리 보호 선수를 지정할 수 있어도 차곡차곡 육성에 힘쓴 선수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선수를 잘 키우는 팀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다분하게 언급되고 있다.


모든 구단에 2차 드래프트가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었다실제로 육성의 장이라 불리는 두산 베어스는 이제까지 열린 다섯 번의 드래프트에서 8명의 선수 영입에 반해 23명의 선수 유출이 있었다키움 히어로즈도 두산에 못지 않다. 16명의 선수가 떠났지만 영입한 선수는 6명에 그쳤다반면 한화 이글스는 15명의 선수를 드래프트로 데려왔고 7명의 선수만이 유출됐다이렇듯 2차 드래프트 통계 현황을 통해 어떤 구단이 선수를 잘 육성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구단별로 선수를 육성하는 데에 정형화된 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각 구단 고유의 선수 구성과 육성 방법 등 구단별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는 선수 육성 측면에서 무임승차하는 경우를 발생시킨다.


2차 드래프트의 높은 보상금에 대한 부담도 있다현재 2차 드래프트는 1라운드에서 지명하지 않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지명할 수 없다는 제도적 맹점이 있다만약 해당 드래프트 시장에서 1라운드가 아닌 2, 3라운드에 뽑을만한 기량을 가진 선수가 있어도 3억이라는 큰 문턱을 선뜻 넘기엔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라 지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


또한실행위원회는 NC와 KT 위즈가 정규 리그 1, 2위를 거머쥐며 2차 드래프트를 도입할 때 가장 큰 목적이었던 신생 구단과의 2군 자원 재배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판단했다제도 도입의 궁극적인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실제로 NC는 창단 첫해 2차 드래프트 당시 3라운드 이외에 신생 구단만의 혜택으로 5번의 기회를 더 얻어 팀의 전력을 보강했다이 드래프트를 통해 가장 득을 본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NC의 이재학이다창단 이후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며 NC의 주전 한자리를 꿰차고 있으며팀이 정상까지 도약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냈다따라서 2차 드래프트가 시행된 지 약 10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실행위원회는 논의 끝에 본 시행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했다.


정리하자면 특정 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실효성 논란과 함께 2020시즌을 끝으로 드래프트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했다는 의견이 불거졌고이에 몇몇 구단 단장은 2차 드래프트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더하게 됐다.


#미생에 기회를


하지만 선수들은 다른 입장이다선수협은 KBO의 2차 드래프트 폐지 선언을 재고해 달라고 완곡히 호소했다선수협회장 양의지는 개인 SNS에 보장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저연봉저연차 후배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를 원할 뿐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사진과 함께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뛸 기회를 달라는 말을 전했다양의지를 필두로 KT 황재균두산 유희관키움 이정후 등도 같은 이미지를 SNS에 올렸다또 NC 박민우송명기 등 선수들의 연차나 팀에 상관없이 대다수의 KBO리그 선수가 ‘2차 드래프트 폐지라는 해시태그로 폐지 반대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선수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2차 드래프트가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라모든 선수의 권익을 높이고 보장받기 위해서다선수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소속 구단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타 구단에서 새로운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만약 2차 드래프트가 폐지된다면 2군 선수들이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프로 선수들은 2차 드래프트를 도입할 때의 단편적 의미에서 벗어나선수 개개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자는 이면적 의미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선수들이 있다대표적으로 NC 박진우와 키움 김웅빈 등이 있다박진우는 2번의 드래프트를 통해 지금의 팀에 정착하게 됐다그는 2013년 NC의 창단 선수로 드래프트 선발이 됐다. 2015년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기게 됐고, 2017년 경찰 야구단 복무 도중 또다시 드래프트를 통해 친정팀으로 돌아왔다박진우는 불펜과 선발 투수를 넘나들며 팀의 필승조 역할을 해냈고, 2019시즌 22경기 35.1이닝 ERA 0.51 4승 무패 4홀드 2실점이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시즌 후반 믿을맨으로 활약했다김웅빈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SK 와이번스에 입단 후, 2016년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했다김웅빈은 데뷔 첫 타석에 팀의 결승타로 솔로 홈런을 뽑아내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줬다상무 전역 후 1군 출장 기회가 늘어난 현재파워를 강점으로 해 박병호를 이을 차세대 1루수로 주목받고 있다.


#완생을 위하여


현시점으로서는 존폐를 논하기보다 제도적 맹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명백한 사실은 KBO리그구단선수 모두가 공생하기 위해 2차 드래프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하지만 서로의 이견을 조율하며 운영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시행 당시부터 문제점으로 제기된 보상금을 조율하고라운드별 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황에 맞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더불어 보호 선수 명단 수와 신인 선수 보호 기간을 규정보다 늘리는 방안을 겸한다면 구단도 지금보다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며이에 따른 선수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2차 드래프트가 시행되기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많은 노고가 있었다힘들게 도입한 제도인 만큼 성급한 폐지보다는 현재 KBO리그 상황에 맞게 제도를 재수립해 나가는 방향이 더욱더 효율적이다. 2022년부터 시행될 전면 드래프트와 더불어 2차 드래프트를 겸행한다면각 구단의 트레이드 활성화는 물론 퓨처스리그의 경쟁력 또한 강화될 거로 예상된다. KBO리그의 경쟁력과 리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수들 간 순환 방식과 수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따라서 당장의 이익이나 손실을 좇기 보다는 향후 추진될 제도들까지 두루 고려해 단계적인 보수와 제도 도입이 필요한 때다.

 

2차 드래프트는 실행위원회와 선수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소통했기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이는 드래프트가 주는 단면적인 이익이 아닌 KBO리그의 수준 향상구단 혹은 선수 간의 경쟁력 강화 등 큰 숲을 키워나가기 위해 서로 준비된 자세라고 해석할 수 있다지금과 같이 건설적인 태도로 고민한다면 이번 논란은 야구계의 동상이몽을 해소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2차 드래프트라는 비옥한 땅이 숲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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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1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18호(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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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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