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이 없습니다.팀에 소속해 활동해보세요!
가입된 리그가 없습니다.리그에 가입해보세요!
서포트하는 선수가 없습니다.선수들을 서포트 해보세요!
많은 이변과 진기록이 등장했던 지난 2020시즌. 그런 KBO리그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가성비’ 좋은 선수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등록선수 중 31.2%가 억대연봉자인 KBO리그에서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억대 연봉에 준하는, 어쩌면 그들보다 더 높은 승리 기여도를 보여준 선수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번 ‘더그아웃 팁’에서는 2020년 눈부신 알짜배기 활약을 보인 가성비 좋은 선수들을 뽑아봤다. 선발 기준은 2020시즌 연봉 1억 원 이하, 정규시즌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2 이상이다.
에디터 박소정 사진 KT 위즈
#KT 위즈 배정대
- 연봉 4천8백만 원, WAR 4.53
2020시즌 최고의 가성비를 따진다면 KT 배정대가 가장 먼저 꼽힐 것이다. KT가 지난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을 유지하며 막내 팀의 반란을 예고함과 동시에 멜 로하스 주니어, 소형준에게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시즌 초반까지 배정대는 그들의 뒤에서 본인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할 뿐이었다. 그러던 그가 시즌이 진행될수록 전 경기 출장이라는 타이틀과 안정적인 3할대 타격, ‘배정대존’이라는 넓은 외야 수비 범위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5툴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증명해내기 시작했다. 결국, 시즌 중후반에는 여러 번의 결승타로 ‘끝내주는 남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어내며 2020시즌 팀의 주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의 2020시즌 연봉은 5천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WAR 4를 훌쩍 넘는 수치를 기록하며 KT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냈다. 이에 KT 이강철 감독은 그에 대해 높은 기대감과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작년 시즌 시작 전부터 KT의 스타플레이어 강백호를 1루수로 보내면서까지 그를 주전 중견수로 낙점한 것이 증거다. 배정대는 KT는 물론이고 타 구단의 베테랑, 억대 연봉 선수들보다 훨씬 높은 팀 승리 공헌도를 보이며 2020시즌 최고의 가성비 선수로 인정받았다. 이로써 2021시즌 높은 연봉 인상률도 일찍이 예견됐다.
#LG 트윈스 홍창기
- 연봉 3천8백만 원, WAR 4.30
2020시즌 KBO리그에서 출루를 가장 잘하는 리드오프로 맹활약했다. 뛰어난 선구안을 가지고 있어 특유의 ‘눈 야구’로 많은 볼넷을 얻어내면서 홍창기가 타석에 서면 무조건 출루한다는 기대감을 안겨줬다. 시즌 시작 전 질롱 코리아에서 훈련과 경기를 하며 성적 반등에 도전한 그는 2020 정규시즌 135경기 114안타 5홈런 39타점 87득점 83볼넷으로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을 냈다. 특히 출루율 0.411로 리그 전체 6위에 올랐는데, 그의 앞에 포진한 대부분의 선수가 억대 연봉의 베테랑 선수들인 점을 고려하면 연봉 대비 최고의 출루 전문 요원으로 활약한 점을 알 수 있다. 타격 성적도 기존보다 월등히 향상돼 2위에 그쳤긴 하지만 신인왕 후보에도 등극했다. 2017 퓨처스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바 있어 타격 부분에서의 재능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편이다. 다만 2020 포스트시즌에서 타격 찬스를 살리지 못해 다소 안타까움을 안겨줬다. 홍창기 자신도 그 점을 인정해 2021시즌엔 타격 역량을 길러 출루율과 타율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2021시즌 LG의 주전 1루수로 일찌감치 낙점돼 연봉 상승은 물론 성적 상승도 기대해 볼 만 하다.
#KT 위즈 소형준
- 연봉 2천7백만 원, WAR 3.07
‘초특급 괴물 신인’ 솔직히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란 신인 투수다. KBO리그 데뷔 첫해에 정규시즌 24번의 선발경기에서 13승을 따내며 강백호에 이어 KT의 신인왕 계보를 이었다. 다승 순위에서 그의 위로는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자리했다. 국내 토종 투수들 가운데에서는 소형준이 1위인 셈이다. 억대 연봉과 FA 대박을 터뜨린 국내 투수들이 부진했던 지난 시즌에 초특급 신인 투수의 활약은 지켜보는 모든 야구팬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신인 투수가 던지는 위력적인 투구에 상대 팀 베테랑 타자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하이라이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소형준이 상대 팀 두산 베어스의 1선발 크리스 플렉센과 대등한 승부를 보인 것이다. 소형준은 강타자가 포진된 두산 타선에 6.2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이러한 경기들을 통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의 뒤를 이을 선수로 충분하다는 평을 받았다.
3천만 원이 안 되는 연봉으로 귀한 활약을 보여준 금덩이 같은 신인에게 2021시즌 KT는 팀 내 2년 차 선수로는 역대 최대 연봉을 제시했다. 아마야구 시절부터 잠재력을 보이며 프로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2년 차 신인 선수가 억대 연봉이라는 날개를 달고 얼마나 더 큰 성장을 할지 기대되는 2021년이다.
#NC 다이노스 강진성
- 연봉 3천8백만 원, WAR 3.00
2020시즌 KBO리그 ‘깡 신드롬’의 주인공이다. 구창모, 송명기가 투수 부문에서 2020년 NC의 히트 선수로 등장했다면 타자 부문에서는 강진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강진성은 속된 말로, 안 터져도 너무 안 터졌다. NC 창단 이후, 2012년 퓨처스리그에 진입했을 때부터 함께한 그는 일찍 군대를 다녀온 뒤 야구에 전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대 후 2할대에만 머무는 타율과 수비 불안으로 백업과 2군을 오가며 그저 그런 선수로 지냈다. 그러던 그가 2020시즌 타격폼을 바꾸며 알을 깨고 나오려 했다. 결국, 5월 한 달 동안 57타수 타율 0.474 27안타 5홈런 19타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그동안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이후 시즌이 진행되면서 중요한 순간에 안타와 타점을 기록해 주전 선수로서의 가치를 입증했고, 유연하고 재치 있는 수비로 주전 1루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프로 무대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고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까지 얻은 지난 시즌은 강진성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또한, NC 팬들에게도 ‘1일 1깡’이라는 유행어에 걸맞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데뷔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만개하기 시작한 강진성은 2020년의 가성비 좋은 활약에 힘입어 2021시즌 연봉의 수직상승을 예고했다.
#KIA 타이거즈 최원준
- 연봉 7천만 원, WAR 2.92
최원준은 2019시즌 연봉 1억 원에서 3천만 원이 줄어든 7천만 원으로 2020시즌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연봉은 매년 오르기 마련인데 역으로 감소했으니 실망스럽고 무기력해질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절치부심해 성적 반등을 꾀했다. 시즌 초반 주전으로 시작했다가 백업으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다시 주전으로 복귀한 뒤 폭발적인 타격으로 소년 장사의 모습을 보였다. 2020 정규시즌 성적은 123경기 타율 0.326 117안타 35타점 72득점 장타율 0.421. 1번 타석에서 필요할 때마다 안타를 때려내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속 시원한 경기를 제공했다. 한때 팀 내 최다 연속안타(22개) 기록에 도전하기도 하고, 9월 MVP 후보로도 언급됐다. 잃어버렸던 본인의 타격폼을 찾은 그는 2020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비록 코로나19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만약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면 국가대표로 선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팬들도 “최원준은 군대가 아닌 국대(국가대표)로 가야 한다”라며 한껏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1997년생 소띠 선수 최원준이 2021년 신축년에도 역대급 성적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키움 히어로즈 박준태
- 연봉 4천5백만 원, WAR 2.41
LG의 출루머신이 홍창기라면 키움에는 박준태가 있다. 2020시즌 이적생인 그는 시즌 초반 준수한 타격 성적으로 제리 샌즈의 공백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특급 마무리 오승환의 복귀 첫 투구에 2루타를 뽑아낸 것은 가히 압권이었다. 2020 정규시즌 성적은 128경기 타율 0.245 85안타 5홈런 29타점 71득점으로 타자로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키움의 출루 전문 요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또한, 2020시즌 기존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으로 외야 춘추전국시대에 직면했던 키움의 외야 한 축을 담당할 선수가 등장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KIA에서 키움으로 이적할 당시 기존 연봉에서 2천5백만 원이 깎인 4천5백만 원에 계약됐음에도 불구하고 출루, 수비 등에서 제 역할을 해 준 박준태. 그의 영입이 신의 한 수라는 평가와 같이 앞으로도 그의 진면목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NC 다이노스 송명기
- 연봉 2천7백만 원, WAR 1.67
WAR이 2를 밑돌기는 한다. 하지만 이제 고작 프로 데뷔 2년 차인 신인 투수가 정규시즌은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서 선발로 등판해 보여준 활약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송명기는 프로 데뷔 첫해 연봉인 2천7백만 원에서 동결된 금액으로 2020년을 시작했다. 하지만 성적은 첫해와 같지 않았다. NC ‘괴물 투수’ 구창모가 시즌 중후반 부상으로 선발진에서 이탈한 뒤 그 빈자리를 메꾼 것이 송명기다. 시즌 중반 필승조로 활약하던 그는 시즌 후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뒤 12번의 선발 등판으로 9승을 따냈다. 전반기 NC 토종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던 구창모와 같은 승수다. 큰 체구와 강한 체력에서 나오는 150km/h에 육박하는 속구는 상대 타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깜짝 선발로 등장한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외유내강인 그의 성격대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고, 결국 NC의 통합우승이라는 역사를 세우는 데에 일조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그를 “NC와 10년은 더 함께할 선수”라고 칭했다. 데뷔 첫해에 이렇다 할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낮은 연봉으로 계약했지만, 본인의 가치를 충분히 과시했던 송명기의 2020년. NC 투수 중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 선수로 인정할 만하다.
앞에서 소개한 선수들뿐만 아니라 낮은 연봉에 비해 월등한 성적으로 가성비 좋은 활약을 보여줘 구단과 팬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과도 같은 선수들이 있다. 연봉은 선수들이 받는 돈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한 선수에 대한 구단의 기대치이자 팀 공헌도에 대한 구단의 보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봉은 선수들에게 본인의 성장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동기부여 요소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많은 선수가 다가올 시즌에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 더 높은 연봉에 도전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 가성비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2021시즌에는 얼마나 높은 연봉 인상률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겠다. 2021시즌엔 어떤 가성비 甲 선수들이 탄생할지 지켜보자.
▲ 더그아웃 매거진 118호 표지